콘클라베 감상완료 에드바르트 베르거 / 로버트 해리스 원작
전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다음에 봤는데, 당연하지만 영화의 문법과 소설의 문법이 달라서 같이 보고 나니 상호보완적이라는 감상도 조금 들었네요. 하지만 곰곰 생각해 봤는데 만족도만 따지자면 영화 쪽이 더 높은 것 같아요. 책을 읽은 게 도움이 되었지만...
로멜리(로렌스)의 심리는 책에선 직접적으로 묘사되는데요 (심리 묘사가 기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1인칭 소설만큼 직관적임) 영화에선 배우의 숨소리나 화면의 명도나 배치로 표현 되어서 좀 더 객관적인 인물로 보였던 것 같아요. 반대로 영화에서 더 직접적이었던 건 테러로 인해 시스티나 성당 지붕이 날아가고 추기경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후반... 이 상태로 테데스코와 베니테스의 마지막 언쟁까지 보다 직설적인 내용으로 바뀌어서 그냥 '종교 전쟁을 해야 합니다!!!' '뭐라고요? 미쳤습니까? 예하께서 진짜 전쟁이 뭔지 알기나 하십니까?' 로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대화가 되었더라고요. 너무 직설적이지 않았나?싶지만 이 부분은 보다 직설적이면 좋을 거라는 감독의 의도가 보인 것 같아서 곱씹다보니 괜찮은 것 같음...
책을 읽었을 땐 새로운 교황이 된 베니테스의 성 정체성이 이야기의 가장 크고 파격적인 반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... 아무리 보수적이고 느린 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도 불편한 마음도 있었는데요. (이북 기준 448페이지로 끝나는데 420페이지쯤 밝혀지고... 굴뚝에서 흰 연기가 솟아 올랐다. 로멜리는 광장에서 터져나오는 새 교황을 향한 환호를 들었다. ←딱 요정도로 끝임)
영화에선 가장 오래된 가부장제에 대한 이야기라는 감독 인터뷰처럼... 이를 변화나 진보에 대한 메세지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책보다는 훨씬 좋았어요. 로렌스의 강론 중, 또 베니테스가 식사 전 축원을 하며 여성과 수녀들에 대해 언급할 때를 조명해주고, 영화가 끝날 때 온통 밝고 하얀 화면에 수녀들이 웃으며 어딘가로 향하는 장면이 마지막인 것이 좋았던 듯...
화면이나 배경음악이 정말 좋았어서 한 번 더 보고 싶긴 합니다...